[거대 제약회사 지놈연구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놈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염기서열분석 완료가 임박해짐에 따라 단일염기다양성(SNP) 규명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웰컴과 미국의 파이저 등 11개 거대 제약기업은 지난해 SNP컨소시엄을 선포하고 차세대 황금알인 SNP 사냥에 나섰다.

미 국립보건원(NIH) 인체지놈연구소가 인체지놈사업의 완성과 함께 밝혀내기로 한 SNP는 10만개. 제약기업 컨소시엄은 2001년까지 2년간 4천8백만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해 이들보다 3배나 많은 30만개의 SNP를 규명할 계획이다.

1개의 SNP를 찾아내는 데 드는 비용은 1백달러로 1개의 염기서열 규명에 드는 1달러보다 1백배나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색적인 것은 이들 컨소시엄에 제약회사 외에 IBM과 모토로라도 뒤늦게 합류했다는 것. SNP컨소시엄은 비영리법인이며 새로 밝혀진 SNP는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엔 당장의 이익보다 SNP를 찾아내는 생물공학기술과 전자산업간 접목이란 장기적 전략이 숨어 있다.

정보통신기술(IT) 과 생명공학기술(BT) 간 결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전자회사인 휴렛패커드의 최고경영자(CEO) 피오리나가 제약회사인 머크의 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대표적 사례다.

SNP가 본격적으로 규명되면 맞춤형 신약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연수 중인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수면제 벤조디아제핀을 서양의학교과서에 기재된 양으로 한국인에게 투여하면 과다투여로 하루 종일 흐느적거리게 된다" 며 "이는 한국인이 서구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벤조디아제핀 분해효소가 적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종간 벤조디아제핀 분해효소 유전자의 SNP 차이를 찾아내 맞춤형 약물을 개발하면 이러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 "SNP가 1백만개 이상 확보되면 인종뿐 아니라 개인적 체질 차이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며 "이들 거대 제약회사의 SNP 참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 달린 필연"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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