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쏟아부은 은행, 수익성은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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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적자금 투입으로 제일은행 등 17개 일반은행의 재무구조는 좋아졌지만 수익성은 되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이 펴낸 '99년도 일반은행 통계' 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17개 일반은행의 자기자본은 21조6천5백50억원으로 전년말 15조9천5백66억원에 비해 5조7천억원 가량 늘었다.

이는 주로 제일.서울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은행들의 적극적인 유상증자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총자산은 5백62조3천2백6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조원 넘게 늘었으나 신탁계정에서는 오히려 38조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과 자본은 늘었지만 자산을 굴려 얻은 이익(ROA)은 마이너스 1.31%, 자기자본에서 얻은 이익(ROE)도 마이너스 23.13%로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돈을 굴려 이익을 내기는커녕 까먹은 셈이다. 선진 외국은행의 경우 ROA는 대개 1~3% 정도다.

또 3개월 이상 연체돼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 여신도 전년보다 6조5천억원이 늘어난 27조3천9백억원에 달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예금을 받아 대출한 뒤 마진(차익)을 먹는 옛날식 장사를 해서는 더 이상 은행의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 며 "정보와 영업력 등을 이용한 인터넷 뱅킹이나 벤처투자 등 고부가가치 위주의 새 업무영역을 개발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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