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속타는 해태 김응룡 감독

중앙일보

입력

"해태가 우승하려면 5년은 걸릴 거야"

우승제조기 김응룡감독이 17일 기자에게 뱉은 한마디였다. 해태를 한국시리즈에 9번이나 진출시켜 9번 모두 우승을 이끈 명장 김 감독의 뼈있는 한마디에는 여러 가지 사연들이 함축되어 있다.

"동열이나 종범이가 일본으로 갔지만 신인들만 지명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했다면 전력이 지금처럼은 아닐 거야. 야구야 1년에 1명씩만 보강되면 되는 건데......"

해태는 1차 지명의 경우 98년 최희섭과 92년 박재홍(최상덕과 트레이드)을 제외하곤 유니폼을 입었지만 2차 지명에서 많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면서 구멍이 생겼다.

용병의 경우도 타 팀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 4년간 제대로 힘을 쓰면서 역할을 해낸 용병은 아무도 없었다. 금년 용병인 배스는 2군에 있고 포조도 18일 현재 0.202의 타율로 대타요원으로 전락했다. 경기 중 상대 용병의 호투나 대포를 경험할 때마다 김 감독의 마음은 더더욱 애가 탄다.

우승 맛을 많이 본 호남 팬들은 이런 해태의 부진이 이해는 가지만 납득할 순 없는 듯 연일 무등경기장의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하다.

가을에는 드림팀을 이끌고 시드니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국가에 대한 봉사를 준비해야 하는 김 감독. 경기 전 감독실에서 TV로 바둑을 지켜보며 노련한 '수'싸움을 시작하는 김 감독의 표정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야구란 거 그럴 때도 있는 거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