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째 문 잠긴 부사동 복지센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대전시가 시비 85억원을 투입해 건립한 부사동 복지센터. 지난해 12월 준공해 10개월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 자락에는 달동네가 있다. 대전시 중구 부사·석교·문창·대사·대흥동 등 5개 동 지역을 말한다. 이곳 달동네는 규모도 대전시내에서 가장 크다. 전체 주민 5만2125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대상 인구 비율이 32%나 된다. 시 전체 복지대상 인구 비율(8.5%)보다 월등히 높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도 15%로 시 평균 7.8%보다 2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변변한 사회복지관이 없을 정도로 복지기반은 취약했다.

 대전시가 2년 전 이 지역 복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나섰다. 달동네 한복판(부사동)에 복지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사업비 85억 원으로 건립한 복지센터 지상 4층 규모(연면적 4306㎡)의 현대식 건물이다. 건립비는 전액 시 예산으로 충당했다. 2009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직업훈련장, 건강센터, 찜질방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착공 당시 대전시장은 박성효씨였다. 하지만 준공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염홍철 현 시장이 했다. 복지센터 이름도 착공 당시 ‘무지개타운’에서 ‘부사동 복지센터’로 바뀌었다.

 복지센터 문은 지금까지 10개월째 굳게 잠겨 있다. 22일 밤 8시쯤 이곳을 찾았다. 복지관 주변은 가로등도 별로 없어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청소년 10여 명이 복지센터 한쪽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청소년들은 “인근 고교에서 왔다”며 “주택가인 데다 불빛도 없어 밤에 친구들끼리 시간 때우기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교복 차림의 학생 5∼6명이 찾아와 과자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복지관 구석구석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빈 소주병도 나뒹굴고 있었다. 복지관 내부 공간은 대부분 텅 비어있다. 주방시설로 보이는 곳 일부 집기에는 먼지만 수북했다. 주민 배영숙(49)씨는 “밤마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센터를 만들었냐”며 흥분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청 윤종준 복지정책과장은 “중구청과 운영비 분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바람에 개관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전시는 연간 8억 원의 복지센터 운영비 가운데 15%를 중구청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센터가 중구청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운영비 가운데 일부를 중구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중구청은 재정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왔다. 결국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시는 또 준공 뒤에 장애인 시설(보도블록) 등을 보완하는 데 5개월이 더 걸렸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최근 이 복지센터의 운영 기관을 선정했다”며 “이르면 다음달부터는 복지센터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