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복권추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우리나라엔 신용카드를 많이 쓰자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예전엔 1만원 짜리 물건을 사면 카드 내기가 귀찮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해서 현금으로 지불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카드를 쓴답니다.

왜일까요?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부에서 지난 1월분부터 매달 한번씩 신용카드 사용자 중 일부를 마치 복권 추첨하듯 뽑아서 상금을 주기 때문이예요.

1등 1명에 1억원, 2등 2명에 3천만원 등 상금이 푸짐한데다 당첨률도 일반적인 복권 당첨률보다 오히려 높다고하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렇다면 정부는 어째서 신용카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복권 상금을 주는 걸까요? 그건 신용카드 복권추첨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가 다름 아닌 국세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답이 쉽게 나옵니다.

그래요, 바로 세금 문제랍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의류매장에서 옷을 살 때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그 가게에서 많이 팔고도 적게 판 것처럼 적당히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있거든요.

하지만 신용카드로 거래를 할 경우 전산기록이 남기 때문에 매출액을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지요. 그러니 버는 만큼 세금을 온전히 다 내야하구요.

국세청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촉진하자며 복권추첨 아이디어까지 낸 것은 바로 각종 상점을 경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세금을 빠짐없이 거두기 위해서랍니다.

그동안 월급을 받아 살아가는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받은 소득이 훤히 드러나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하는 반면 개인 사업자들은 소득을 축소해서 신고,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많아 공평하지 않다는 논란이 일어왔거든요.

개인 사업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자는 게 목적이다 보니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복권 상금을 주는 건 아니예요.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사용했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은 것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지요. 또 보험료나 수업료, 공과금이나 세금을 카드로 낸 것도 안돼요. 각종 상점에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경우에만 복권추첨 대상에 들어갑니다.

또 한가지, 흔히 말하는 위장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설사 1등에 당첨됐더라도 당첨이 취소된다고 하네요. 위장 가맹점이란 제가 물건을 산 가게가 세금을 덜 내기위해 다른 가게 이름으로 카드 전표를 끊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난 1월분 당첨자 중에도 53건이 이같은 위장 가맹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당첨이 취소됐답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