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씬 찍다 죽을 뻔한 이야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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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 L씨(ㅇ.ㅣ.ㅊ.ㅓ.ㄴ.ㅎ.ㅡ.ㅣ)의 증언

한 3년 전 여름이었어요.영화가 거의 다 야외 베드씬이었는데, 장소가 순 개울가 자갈밭, 탄광, 농촌의 폐가같은 데여서, 여자배우들은 주로 등, 남자배우들은 무릎, 팔꿈치가 다 까졌죠.

까진데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계속 촬영을 하니까 죽겠더라구요.그래도 며칠 계속하니까 아픈 것도 못느끼고....보세요 여기 상처들, 이게 다 그때 생긴겁니다.하여튼 3일 밤을 새가며 촬영을 하고,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 씬이 기차길 위에서 하는 거였는데, 세상에 어떤 미친 X이 기차길에서 그걸 합니까? 그래도 감독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는데, 침목사이에 있는 자갈들이 좀 날카롭습니까?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거기다 한여름 햇볕에 철로며 자갈이며 뜨겁기가 맥반석 찜질방의 돌보다 더 뜨거웠어요.한참 촬영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가 고장이 난 거예요.할 수 없이 카메라 고치는 동안 기다리는데, 3일 밤을 새고 날씨는 무덥고 하니까, 아프고 뜨거워도 거기서 잠이 오더라구요.

잠깐 졸았나 했는데, 여배우 비명소리가 나더니 "오빠, 오빠아"하고 부르더라구요.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에 눈 뜨고 보니까, 기차가 막 달려오더라구요. 한 10m 전이었는데,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고.....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렸죠.

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9시 뉴스에 '에로영화 찍던 L모씨 빨개벗고 기차에 치어 죽다' 라고 나갈 뻔 했죠. 후후

여자배우 J모양(ㅈ.ㅓ.ㅇ.ㅇ.ㅣ.ㄴ.ㅏ)의 증언

이번 겨울이었는데 강원도 홍천 지나서도 한참 들어간 곳에서 촬영을 했어요.높은 산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고, 그 산중에 집이 달랑 한채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처음 봤을 때 경치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런데 경치만 좋았고, 촬영 1주일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주변엔 다른 집도 없고, 물도 안나와서 눈 받아다 녹여서 세수도 하고 밥도 해먹고....

눈밭에서 찍는 베드씬도 물론 힘들었는데, 정말로 다 죽을 뻔한 일이 있어요.

옛날 집이니까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워서 난방을 했거든요. 방안에서의 장면이었는데, 그날 불을 너무 때서 바닥이 뜨거운 거예요.그래서 담요있는 거 다 깔고 그 위에 이불을 4개나 겹쳐 놓고 연기를 했어요.

한참 찍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콱 막히면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거예요. 큰일났다 싶어서 이불을 들추니까 공기가 들어가서 불이 붙는 거 있죠.

저는 이불 위에 앉아있었는데, 옆에 있던 남자배우들이랑 촬영스탭이 불꺼줄 생각은 안하고 밖으로 우르르 도망가는 거 있죠? 그 와중에도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는 거예요.

도망갔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다시 돌아와서 겨우 불을 끄고 보니까 구들이 너무 뜨거워서 장판은 다 탔고, 밑에 깔아 놓은 군용담요도 다 탔더라구요.나중에 집주인에게 엄청 혼난 건 물론이죠.

여러 촬영현장을 다니면서 베드씬이 힘들다는 것은 느꼈었는데, 베드씬 찍다가 죽을 뻔한 얘기를 들으니 아찔했다. 얘기를 들으면서는 막 웃었지만 어디 그게 웃을 일인가? 훌륭한 배우들의 몸바치는 연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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