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한투신 부실규모와 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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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월부터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부실규모 얼마나 되나 = 금융감독원의 실사 결과 드러날 양 투신의 부실규모는 현재 갖고 있는 부실채권 등의 값어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우채권 95% 환매와 장부가의 35% 매각에서 초래된 손실은 전부 반영된다.

그러나 한투.대투는 이외 정상채권으로 분류된 비대우 부실채권(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기업 채권), 대우 담보CP(기업어음), 그리고 대투의 경우 나라종금 등을 통해 대우에 우회지원한 1조3천억원 등의 다른 잠재부실을 안고 있다.

당초 한투와 대투는 이러한 잠재부실을 다소 낙관적으로 평가했으나 이번 금감원 실사는 잠재부실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부실규모가 대략 한투 3조7천억원, 대투 2조7천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양 투신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투와 대투가 당초 산정한 3조6천억원, 1조6천억원의 당기순 손실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한투, 대투가 각각 3조원과 2조원 정도의 추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다 해도 자기자본이 겨우 마이너스 상태를 면하거나 마이너스 몇천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 많다 = 우선 공적자금이 단계적으로 들어옴에 따라 신뢰도 회복이 당초 기대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

연말까지는 누적된 부실을 떠안고 있어야 하는데 추가로 소요될 공적자금이 20조원을 넘을 정도로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받아야 할 공적자금이 차질없이 들어올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채권시가평가제도 경영정상화 도달전에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다.

한투는 전체 공사채형 펀드 5조원 가운데 1조6천억원(32%), 대투는 전체 공사채형 펀드 4조5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2%)만 시가평가 펀드여서 시가평가 대상 펀드가 한투 3조4천억원, 대투 4조4천억원이나 각각 남아 있다.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면 장부가 평가 펀드 자금을 시가평가 펀드로 옮겨 재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돼 시가평가 실시때 충격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투, 대투 각각 2조, 1조원 규모인 연계콜도 연내에는 갚아야 한다.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기업의 정상화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돼 예상했던 것만큼 회수가 돼야 하며 아직도 처리방향이 불투명한 대우 담보CP 문제와 대우에 대한 우회 콜자금 문제도 최악의 상황이 빚어지면 안된다.

양 투신의 정상화에 가장 큰 과제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공적자금과 자구노력은 '밑바진 독에 물붓기'가 되버린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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