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회장, 노다 총리 그만두라 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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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다 요시히코(左), 에구치 가쓰히코(右)

“총리는 더 이상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 출신이라 말하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경숙 창설자의 비서 출신인 야당 의원이 16일 1기생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모두의 당’ 소속 에구치 가쓰히코(江口克彦·71) 참의원 의원의 발언이다.

 ‘마쓰시타 정신’의 해석을 놓고 정경숙 핵심들 간에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에구치는 정경숙 창설자이자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의 최측근이었다. 1967년부터 마쓰시타 회장이 사망한 89년까지 23년 동안 비서를 지냈다.

 에구치는 “마쓰시타 회장은 늘 ‘세금을 얼마나 낮게 억제하느냐가 바로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정경숙 출신으로) 이런 철학을 이해하고 있다면 증세를 간단히 입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국가재정 재건을 위해 세금 인상을 불사하겠다는 노다 총리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지금 마쓰시타 회장이 계셨으면 무섭게 째려보시면서 ‘노다군, 총리 바로 그만두게나’ 하셨을 것”이라고도 했다.

 2004년 마쓰시타 그룹의 사장까지 지낸 에구치는 ‘마쓰시타 철학 전도사’로 통하기도 했다. 그는 노다 총리가 1기생으로 정경숙에 원서를 냈던 80년 당시 면접관 2명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자신을 면접했던 에구치 의원의 공세에 노다 총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면접을 받는 느낌”이라며 “마쓰시타 회장은 영원한 나의 스승이지만 내가 총리로서 이 자리에서 스승의 가르침이 과연 뭐였는지 말하는 걸 반기지 않으셨을 것으로 본다”고 되받았다. 노다 총리는 또 “오히려 (마쓰시타 회장은) 내게 (세금 인상의) 실행과 실천을 요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론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1979년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가 “국가의 지도자를 기르겠다”며 70억 엔의 사비를 들여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설립한 정치 교육기관. 22∼35세의 대졸자나 사회 경험자를 중심으로 한해 10명 이내의 소수를 선발해 무료로 교육한다. 1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8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조회장 등 주요 정치인들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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