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유머 파편들의 모임 〈원피스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유머가 실려있는 짧은 단편.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그 이상의 설명을 달지않고 그대로 막을 내려 버리는 형식.

약간은 갑작스러운 마무리에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한컷짜리 이야기들의 모임은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줌, 팬, 편집이 전혀 없는 원씬 원쇼. 다소 형식은 제한적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라는 것이 장면 전환과 편집의 묘미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과감히 이것을 버렸다. 각각의 단편들은 모두 한 위치에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고 장면은 끊어지지 않는다.

14편의 단편들이 18mm 비디오로 촬영된〈원피스 프로젝트〉는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내용을이 모여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다. 야구치 시노부와 스즈키 다쿠지가 각각의 에피소드를 감독했다.

이 영화는 이미 예상했듯이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그리고 영화상영이 끝난뒤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았는데,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대답과 재스추어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관객과의 대화

-이런 영화를 보게 되어 놀랐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이 영화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을 찾지못해 자비를 들여 제작했다. 그리고 비디오로 촬영을 했기때문에 제작비는 거의 들지 않은 셈이다."

-당신의 작품〈비밀의 화원〉과〈아드레날린 드라이브〉에서는 유독 돈에 집착하는 듯이 보이는데 다른 이유라도 있나? 그리고 <비밀의 화원>에서는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내가 어렸을 적 가난해서 유독 돈에 집착하는 것 같다(모두 웃음). 별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리고 만화적인 요소는 내가 어렸을때 만화를 무척 좋아했고 만화가가 되고 싶어 했었다. 혹 그런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자연스럽고 평범하다. 이 작품에 배우를 기용했는지 아니면 일반인을 캐스팅했는지 궁금하다.

"배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보통사람들이다. 이 사람 재미있겠다 싶으면 캐스팅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없이 배우들의 애드립으로 찍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러워진것 같다."

내용이 위트가 있으면서도 그에따른 반전이 너무 재미있다.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작품 내용의 아이디어는 집주변의 강가를 산책하거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보면서 얻는다. 고민해서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많이 살려보는 편이다."

-형식이 독특해서 실험적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원피스 프로젝트〉는 간단해서 부담없이 촬영을 했다.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해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에까지 초청되어 상영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관객들이 이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갖기를 바라나?

"작품은 가볍게 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돈이 없더라도 좋은 아이템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지?

"지금 일반 상영영화도 하고 있고 또 계속 할 생각이다. 하지만 시간이 남을때는 계속 이런 형식의 비디오 영화도 찍을 계획이다."

◇야구치 시노부
1967년생. 90년 8mm 영화의〈RainWoman〉으로 피아영화제에서 대상 수상.

92년〈Dawn the Rain〉으로 데뷔. 두번째 장편〈비밀의 화원〉97년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스즈키 다쿠지
67년생으로 야구치 시노부의 대학선배.
8mm 〈The Rainboy〉로 88년피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그후 몇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Down the Drain〉〈비밀의 화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야구치 시노부와 공동으로 진행.

*〈원피스 프로젝트〉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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