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부' 소로스, 헤지펀드 시대 종언 고해

중앙일보

입력

세계 헤지펀드계의 '대부'로 군림해온 조지 소로스(69)가 28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수십억달러를 동원해 투기적 투자를 해온 헤지펀드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는 소로스와 함께 양대 축이 돼온 줄리안 로버트슨(67)이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6개 헤지펀드 폐쇄를 발표한 뒤 한달도 안돼 이어진 것으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 중인 헤지펀드계의 사멸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소로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주력이 돼온 퀀텀펀드의 개편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있으며 (헤지펀드의) 대형 투기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85억달러 규모의 퀀텀펀드를 '퀀텀 엔다우먼트 펀드'로 바꿔 위험이나 투기적 요소가 적은 쪽으로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고평가돼있고 급등락이 심한 만큼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또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퀀텀펀드와 같은 대형 헤지펀드는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성공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더이상 자산관리의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펀드개편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 103억6천만달러에 달했던 퀀텀펀드의 자산은 최근 첨단기술주의 폭락세로 이달 중순 현재 82억5천만달러로 21.69%가 줄어들었다.

소로스의 핵심 측근으로 지난 89년부터 퀀텀펀드를 운영해온 스탠리 드러켄밀러(46)는 막대한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33%의 손실을 본 쿼터펀드의 펀드매니저 닉 로디티(54)도 함께 사임했다

퀀텀과 쿼터펀드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자산 중 3분의2 가까이를 운영해 왔으며 첨단기술주 투자실패로 5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드러켄밀러는 '이런 큰 손실이 날 줄은 전혀 예기치 못했다'면서 '지난 2월 나스닥 시장에서 빠져나왔어야 했다'고 밝혔다.

매년 30%가 넘는 수익을 올려온 드러켄밀러는 유로화 투자실패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작년 중반부터 투자전략을 바꿔 퀄콤 등 첨단기술주에 손을 대기 시작해 작년에 35%의 수익을 올리는데는 성공했으나 최근 첨단기술주가 폭락세로 반전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소로스 펀드그룹측은 오러클과 진텍,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퀄콤, 넥스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첨단기술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 주식을 처분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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