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노화 비밀 새 단서 찾아

중앙일보

입력

국내 연구팀이 인체 세포에서 일어나는 노화현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팀은 세포에서 노화가 진행될 때 세포벽에 카베올린(caveolin) 이라는 단백질이 증가하고 이 물질이 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생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바이오로지컬 캐미스트리(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포의 노화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으로 세포 노화를 막거나 암세포에 노화를 일으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 연구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막의 변화가 세포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그 메카니즘을 밝힌 것"이라며 "세포 노화와 관련된 질병치료와 항노화 연구 등에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화된 세포는 세포 분열, 성장 등을 일으키는 상피성장인자(EGF)를 투여해도 잘 반응하는 않는 것에 착안, 인간 섬유세포(HDF)와 쥐를 이용해 세포 노화와 신호전달의 변화를 연구했다.

인간 섬유세포를 수십 차례 인공배양해 노화를 일으킨 결과 노화가 진행될수록 세포막의 카베올린 단백질이 증가하면서 EGF 수용체와 반응, 신호전달물질(Erk)의 활성화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젊은 세포에 EGF를 주입하면 Erk를 활성화시켜 세포 분열 등으로 이어지지만 노화된 세포는 세포막의 카베올린 단백질이 EGF 수용체 작동을 막아 신호전달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쥐 실험에서는 어린 쥐의 세포막에는 카베올린 단백질이 거의 없지만 태어난지 26개월 된 늙은 쥐의 뇌와 비장, 폐 세포에서는 카베올린 단백질 양이 크게 증가해이 단백질이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또 젊은 인간 섬유세포에서 카베올린 단백질을 과도하게 발현시키자 EGF에 의한 신호전달이 제대로 안되는 등 노화된 세포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났다.

박 교수는 "세포막의 카베올린 단백질 양을 조절하면 세포의 노화현상 조절도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세포막의 카베올린 단백질 양을 조절하는 연구와 암세포의 노화를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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