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IR자료 일부 사실과 달라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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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IR(기업설명회)을 개최하면서 일부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2000년도 정기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국민은행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2월말 현재 인터넷 뱅킹 등록고객수가 11만3천778명으로 가장 많고 한빛은행이 3만9천23명, 주택과 신한은행이 각각 3만5천명, 기타 12개 은행 8만8천21명 등의 순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국민은행의 인터넷 뱅킹 시장 점유율이 36.6%를 차지한 것으로 IR자료에는 돼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택은행의 인터넷 뱅킹 고객수는 5만8천331명으로 국민은행 IR 자료와는 2만3천331명이나 차이가 났으며 조흥은행은 6만명이나 되는데도 기타 12개 은행(8만8천21명)에 합산되는 바람에 희석됐다.

또 국민은행은 IR자료에서 인터넷 대출실적(승인기준)이 3월말 현재 200억5천200만원이라면서 올해 2월에서야 인터넷 대출을 시작해 다른 은행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실적은 신한은행 1천352억2천900만원, 조흥은행 240억원에 비해 저조한데다 3월초에야 인터넷 대출을 시작한 한빛은행(206억원)에 비해서도 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다른 은행과 각종 실적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 금융계에서는 불문률"이라며 "더군다나 다른 은행의 실적 수치까지 틀리게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 대출을 늦게 시작해 인터넷 뱅킹부문에서는 후발주자로 분류된다"며 "그런데도 국민은행이 수치를 틀리게 기재해 인터넷 뱅킹분야에서 선두주자인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홍보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직접 다른 은행들을 대상으로 인터넷뱅킹 고객수를 조사했는 데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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