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강자들, 정치를 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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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철수(49)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원순(55)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출마 의사를 굳히고 9~10일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과 박 이사 등 ‘장외(場外)의 강자’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면서 여야 정당 간 각축전 양상을 보이던 서울시장 선거가 ‘기성 정치인 대 신진 인사’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 정몽준

민주당 김진표

 안 원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시장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엇부터 바꾸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서울시를 포함해 국가 전체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그런데 전시행정에 하드웨어만 자꾸 짜고 있으니 20~40대가 보기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결심했다는 단계는 아니다”며 “결심하게 되면 직접 제 입으로 말하겠다”고 했다.

 박원순 이사도 시민사회 쪽 단일후보로 나설 방침을 굳혔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본인이 지금 나서는 게 과연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확실한 언질은 없지만 출마에 긍정적인 상황인 건 맞다”고 말했다. 박 이사의 측근도 “서울시장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당초 입장에서 180도 바뀐 상태”라며 “마지막 결단만 남아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외의 거물급들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희롱 발언으로 국회 윤리특위에서 의원직 제명안이 가결됐음에도 국회 본회의에서의 동료 의원 감싸기로 살아남은 강용석(무소속) 의원 경우에서 보듯 기성 정치권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행태를 보여온 것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신선하고 능력 있는 외부 인사의 등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무소속 시민후보가 과연 현실정치에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국민들 머릿속엔 여당과 야당이란 두 개의 정당밖에 없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하기가 쉽지 않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을 끝까지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박신홍·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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