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선장이 될 것인가, 선원이 될 것인가 … 그 둘을 가르는 것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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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리처드 플래스트 지음
이상원 옮김, 에코의서재
272쪽, 1만4800원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게 보통의 우리들이다. 그런데 마음의 작동법? 제목이 딱딱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풍부한 사례 연구로 일종의 임상 리포트처럼 읽힌다. 핵심 논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또 평소 우리가 익히 들어온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만족스런 성과를 내려면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세상 이치 다 깨달은 선인의 충고가 아니다. 이런저런 경우를 25년간 연구해온 심리학자의 실증적 결론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요즘 인기 절정의 가수 박정현. 노래도, 공부도 잘 하는 그녀의 지금을 만든 원동력은 자율적 판단이었다. 자기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했다. 노래를 반대했던 부모의 말에 순종했다면 오늘의 박정현은 없었을지 모른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또 어떤가. 그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몇 년간 의대에서 공부했다. 의사공부를 마친 그는 하지만 본인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작가를 선택했다.

 책은 말한다. ‘당신은 선원인가, 선장인가?’ 남의 통제를 받는 선원이 아닌 스스로를 이끄는 선장을 권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장 반박이 예상된다. 누가 통제와 강요를 좋아하겠느냐고? 부모가 말끝마다 공부공부 하는데,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는데, 생존을 위해 싫은 일도 해야 하는데 등등….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납작 엎드려 지내는 게 조직생활에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왜? 성취감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활력과 미래에도 결국 보탬이 되지 않는다. 물개쇼를 한 번 보자. 사육사가 던져준 먹이에 온갖 묘기를 펼치는 물개는 쇼가 끝나면 그만이다.

 1등 하면 주겠다는 부모의 선물 공세에 책을 든 아이는 십중팔구 공부를 놓게 된다. 자발적 선택과 강요된 임무는 그렇게 천양지차의 결과를 부른다.

 연애든, 업무든 현재가 불만투성이인 당신. 일단 자신부터 직시할 일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좋아서 즐겁게 하고 있는지, 또 조직·회사는 직원들의 유쾌한 마음을 끌어내고 있는지 말이다. ‘당근과 채찍’이란 고전적 전략은 눈앞의 성과에 그칠 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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