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한국 남성 발병률 1위 … 고기 많이 먹고 음주·흡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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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선(61·사진) SK나이츠 프로농구팀 전 감독은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대장에 5㎝ 크기의 혹이 발견된 것이다. 프로농구 200승의 신화를 이룬 그는 “젊은 선수 못지않게 건강엔 자신이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암 선고의 충격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승부사 기질은 암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 전 감독은 “(암에 대해) 걱정할 것 하나도 없고, 긍정적인 마음은 암도 어쩌지 못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서다. 그는 곧바로 암의 공격에 철저한 수비로 맞서기로 했다. 항암수술 이후 육식 위주의 불규칙한 식생활을 뜯어고친 것이다. 아침식사는 찐 고구마, 바나나·땅콩·호두 등 견과류로 대신하고, 고기를 먹을 때 채소를 꼭 곁들여 먹으며, 음식에는 거의 간을 하지 않았다. 새벽 6시면 일어나 한강 둔치를 1시간여 달리고, 철봉에 매달려 배를 치는 운동을 했다.

 그런 최 전 감독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선정한 대장암 홍보대사로 1일 위촉됐다. 6년 만에 암을 극복한 것이다. 그는 “암도 잘 감독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특히 대장암은 남성에게 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장암 발병 현황에서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아시아 1위, 세계 4위로 드러날 정도다. 조사 결과 2008년 기준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6.92명이었다. 슬로바키아(60.62명)·헝가리(56.39명)·체코(54.39명) 순이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오승택(대장항문학회 이사장) 교수는 “대표적인 서구형 암인 대장암 발병률이 한국 남성에게서 크게 증가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음주·흡연 탓”이라고 진단했다.

 대장암 발병 요인으로 꼽히는 쇠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赤色肉)의 연간 1인당 섭취량은 2000년 25㎏에서 2009년 27.2㎏으로 늘어났다. 또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39.6%로 여성의 20배 이상, 음주율은 75.7%로 여성의 두 배 수준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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