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채권단 '이자 커녕 원금도 못건져'

중앙일보

입력

삼성자동차가 5억6천만∼5억7천만달러에 프랑스르노에 매각될 때 삼성자동차 채권단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금액을 현금으로 모두 받는다고 해도 채권단은 이자는 커녕 원금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최대 5억7천만달러(6천270억원)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삼성차 채권단은 우선 삼성차의 우발채무로 삼성물산에 2천100억원을 줘야 한다.

이 경우 4천170억원이 남는데 여기에 삼성차의 현금자산 730억원을 합하면 모두4천900억원이 된다.

채권원금은 5천억원이기 때문에 채권단은 이자를 챙기기는 커녕 원금에서도 손해를 보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채권단이 르노로 부터 5억7천만달러를 현금으로 모두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르노측 최종안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채권단은 이 금액 가운데 현금으로 1억달러만을 받고 나머지는 분할 상환받기 때문에 채권단은 더욱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따라 르노의 인수가격을 현재가치로 평가하면 4천억원도 채 안돼 국부유출에 대한 책임공방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이 삼성차 공장을 건립하는 비용만 5조원이 들었다.

또 삼성차를 법정 관리중인 부산지법이 한국신용정보에 의뢰, 실사한 결과 삼성차의 자산가치는 3조원으로 평가됐다.

평균 경락률(자산의 43%)을 감안할 때 청산가치의 경우 1조4천억원, 존속 가치는 1조1천억원에 이른다.

또 삼성차 매각 주간사인 파리바은행과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KPMG가 산정한 삼성차 가치도 1조원이나 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삼성차 공장 부지값만 5천억원이나 된다"며 "여기에 삼성차 현금자산을 합한다면 공장과 설비를 빼더라도 최소 6천억원 가량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차 조기 매각을 찬성하는 쪽도 있다.

삼성은 "국가경제 및 자동차 산업발전, 협력업체 생존문제 등을 고려할 때 채권단이 르노에 삼성차를 조기 매각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 르노의 인수제안서를 분석한 결과 향후 2005년까지 삼성차와 부품업체를 합쳐 모두 12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15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투자유발효과도 19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 2조4천억원의 채권단 채무를 갚아주기로 해 채권단은 채권의 상당부분을 회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보지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 자동차산업살리기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도 이에 동조, "인수협상이 장기화했을 경우 2천1백여개 협력업체의 휴업이나 도산이 불가피하고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생산설비는 고철로 변했을 것"이라고주장했다.

특히 "르노의 향후 투자금액은 1조2천억원이 넘고 향후 7년간 138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으로 예상된다면서 "삼성차 조기 매각은 국부유출이 아닌 선진기술 도입과 외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SM5 승용차를 계속 생산할 회사는 기존 부품 공급선인 일본의 닛산을 인수한 르노밖에 없었다"며 "만약 르노외의 업체가 인수하게 됐다면 SM5 생산이 중단돼 협력업체는 도산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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