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퍼스트레이디 히토미 … 나서기 꺼려 24년 그림자 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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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5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지명자(오른쪽)가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했을 당시 함께 기뻐하고 있는 부인 히토미 여사(왼쪽). 대외활동을 꺼리고 내조에 충실한 현모양처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현지의 언론들도 히토미 여사의 사진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새 총리로 선출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는 “나의 가장 큰 특징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이라고 자신을 평한다.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히토미(仁<5B9F>·48) 여사 또한 전형적인 일본의 현모양처형이다. 남들 앞에 나서길 꺼리고 얌전히 내조에 충실한 타입이다.

 총리 남편 못지않게 대외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하토야마 미유키(鳩山幸·68) 여사, ‘가정 안의 야당’을 자처하며 각종 정치적 사안에 관여했던 ‘여장부’ 간 노부코(菅伸子·67) 여사와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일본 언론들이 31일 오후까지도 히토미 여사의 사진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히토미 여사는 도쿄 출신으로 중소 가내공장을 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선 성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일반 회사에 취직한 히토미 여사가 노다 총리 지명자를 만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지바(千葉)현 지방의회 의원이던 노다는 한 후원자를 통해 히토미 여사를 소개받았으며 노래하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곤 홀딱 반했다고 한다. 노다는 히토미 여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명한 맛집을 찾아 도쿄 롯폰기(六本木)의 고급 음식점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의 지인들은 “당시 노다가 ‘일생일대의 큰 승부다. 밀어붙이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떠올렸다.

 결혼 후 히토미 여사는 24년간 주말을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철역 앞에서 가두연설을 하는 남편의 뒤에서 행인들에게 홍보 전단을 돌렸다. 남편이 96년 10월 총선에서 105표 차로 낙선해 3년 넘게 낭인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매일 지역구 사무실에 나와 전단을 접고 지원자로부터의 전화를 받으며 내조했다고 한다. 노다 총리 지명자의 동생 다케히코(剛彦·50·지바현 후나바시시 시의원)는 “형수는 무엇에도 열심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집안에서는 형수가 말도 많고 예산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수는 적지만 연설에 있어선 현역 정치인 중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 남편 못지않게 히토미 여사의 언변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실제 2006년 민주당 소속 의원 부인들의 모임에서는 히토미 여사가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기도 했다. 민주당의 다지마 가나메(田嶋要) 의원은 “대다수 참석자가 노다 의원의 부인인 줄 몰랐고 특별 초대한 프로 아나운서인 줄 알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말수가 적지만 일단 한번 시켜놓으니 청산유수였다는 것이다.

 한편 노다 총리 지명자는 지난달 30일 당 대표 선출 후 기자회견에서 “국제회의에 부인을 동행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만나지도 전화통화도 못했다. 일단 가정 내 연립부터 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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