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첸중가] 원정대 최대 시련에 봉착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와 조인스닷컴이 공동후원하고 파고다외국어학원과 코오롱스포츠가 공동협찬하는 칸첸중가 원정대가 최대 시련에 봉착했다.

D-1일을 앞두고 캠프3(7천m)에서 캠프4로 진출하려던 한국원정대는 정오(이하 네팔시각·한국시각 오후 3시15분)부터 칸첸중가일대를 꽉 메운 구름과 안개로 인해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 캠프3으로 되돌아 왔다.특히 사다 셀파(셀파 우두머리)인 다와는 낙빙으로 눈밑이 3㎝정도 찢어지는 중상을 입어 한국 원정대 전력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어제 오후 칸첸중가를 자욱하게 에워쌓던 안개와 구름은 자정이 조금 지나면서 걷히기 시작해 아침에는 화창한 날씨를 보여 주었다. 그런 가운데 칸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와 캠프1은 아침부터 분주했었다. 오전 6시40분(이하 네팔시각·한국시각 오전 9시55분)부터 캠프3를 호출했으나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응답이 없자 나중에는 ‘간밤에 눈사태가 캠프3을 휩쓴 것은 아닌지,세락이 무너진 것은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들었다.그것도 캠프3에는 엄대장·박무택·정하영대원과 6명의 셀파가 있었고 여기에 무전기도 3대나 있었는데 응답이 없었으니 그런 생각을 갖을만도 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나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엄대장의 목소리는 너무나 반가웠다.캠프4에서 사용할 콜멘버너에 사용하는 개스가 연결이 안돼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궁리하느라 아침부터 골치를 썩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캠프4에는 다른 고소용버너를 갖고 올라가기로 결정했는데 개스가 5통밖에 없다는 것이다.참으로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바람에 늦게 캠프3을 떠난 원정대는 지난해 봄철 박영석씨가 올랐던 캠프3∼4구간의 루트를 찾으려 애를 썼으나 수많은 세락이 붕괴된데다 도처에 히든 크레바스가 널려있고 구름까지 짙게 깔려 도무지 루트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캠프3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사다 셀파인 다와는 낙빙이 광대뼈 밑을 3㎝정도 찍는 중상을 입어 나머지 대원과 셀파들이 겨우 들쳐업고 캠프3까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셀파 다와는 지혈제를 바르고 일회용 반창고로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지만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원정대원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이웃 인도대에서는 지난해 봄철 박영석씨와 칸첸중가를 등정했던 셀파 장부와 2명의 인도 셀파를 지원해 줘 내일 캠프1까지 올라가 다와를 베이스캠프까지 후송시키고 필요하면 의사가 시술도 해 주겠다고 전해왔다.

한편 캠프3의 엄홍길대장은 오늘 저녁을 지내보고 내일 아침 컨디션을 봐서 철수 결정을 내리겠다고 전해와 칸첸중가 등정은 며칠 뒤로 연기될 수 밖에 없게 됐다.

환갑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모두 버리고 7대륙 최고봉을 올랐던 ’불가능한 꿈은 없다‘의 저자 딕 배스는 ‘인간은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한다.’고 이야기 한다.우리 원정대도 더 이상의 패배없이 꼭 좋은 결실을 맺기를 베이스캠프에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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