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미술상서 한국문화재 빼앗아 온 40대 실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일 월드컵 개막식을 이틀 앞둔 2002년 5월 29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인 S씨(65)가 운영하는 고미술상에 강도가 들어와 청화백자·고려청자 등 감정가 240억원 상당의 도자기 18점을 빼앗아간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도쿄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용의자는 중년 남성 2명이었다. 이들은 오후 10시30분쯤 고미술상점과 붙은 S씨 집에 침입해 부인을 폭행하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 뒤 지하실로 내려가 도자기들을 훔쳤다. 도자기 중에는 감정가가 150억원에 달하는 이조염부오조용호(李朝染付五爪龍壺·사진)가 포함돼 있었다.

 그로부터 3년 후 한국 경찰은 이조염부오조용호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용의자 2명 중 송모(38)씨를 먼저 붙잡아 구속 기소했다. 송씨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애당초 S씨의 집을 노리고 여권을 위조해 일본에 갔으며, 일주일간의 치밀한 사전답사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에 넘겨진 송씨는 2007년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주범 김모(46)씨가 구속 기소된 것은 사건 발생 9년 만인 지난달이었다. 일본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오사카형무소에서 공무집행 방해죄로 1년10개월간 징역을 살다가 추방 당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29일 일본에서의 범행으로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경찰은 이조염부오조용호 등 도자기들에 대해 “김씨 등이 4억원을 받고 팔았다고 주장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이조염부오조용호(李朝染付五爪龍壺)=조선시대 제작된 청화백자로 도자기 아랫부분에 용 발톱 5개가 새겨져 있다. 새겨진 발톱 수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5개는 왕실에서 사용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