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21%, 이자 낼 돈도 못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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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회사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5곳 중 1곳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운영이 사실상 힘든 지경에 놓인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2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469개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4.72배를 기록했다.

 이는 회사가 벌어들인 수입에서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회사의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의 4.72배에 달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4.71배)와 비교해 소폭 높은 수준이었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올해 상반기에 이 비율이 증가한 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비율보다 이자비용이 줄어든 비율이 더 컸기 때문이다. 469개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5조806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9381억원보다 2.23% 줄었다. 반면 이자비용은 1조2602억원에서 1조2311억원으로 2.31% 감소했다. 이는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리 잣대인 국고채 3년물 기준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 3.94%에서 올해 상반기 3.74%로 0.2%포인트 낮아졌다. 기업의 이자부담이 대체로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상장사 전체적으로는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됐지만 개별 기업을 들여다보면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경영 사정이 나쁜 기업이 늘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큰 상장사는 지난해 81개에서 올해 100개로 23.5% 늘었다.

 상장사 469개 중 21.3%가 돈을 벌어봤자 이자를 낼 돈도 못 된다는 것이다. 이 중 영업이익이 아예 마이너스(적자)인 곳은 지난해 51개에서 올해 65개로 27.5%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보다 규모가 커서 비교적 사정이 낫다는 코스피 상장 기업조차 13.4%가 적자 경영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경제 전체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이 늘었다는 건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이 많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더 커서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는 상장사는 지난해 388개에서 올해 369개로 4.9% 줄었다. 남의 돈을 한 푼도 빌리지 않아 이자비용이 0원인 무차입 회사도 26개에서 22개로 15.4% 감소했다.

 허진 기자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利子補償倍率)=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즉 채무 상환 능력을 뜻하는 지표다. 이 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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