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박명기에게 선의로 2억 줬다” VS 검찰 “두사람 오랫동안 돈문제 다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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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유력한 진보진영 후보였던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사퇴대가로 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57) 서울시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2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그러나 2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돈 문제 때문에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며 2억원은 후보 단일화의 대가라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교수가 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선거와 무관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검찰 수사에 대해 “분별 없이 보면 (돈을 준 것이) 후보직 매수행위라고 볼지도 모르지만, 법은 분별 있게 (상황을) 본다”며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을 무시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달 초 곽 교육감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이번 주 중 그를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우선 곽 교육감의 부탁을 받고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 강경선(58) 한국방송통신대 법대 교수를 29일 중 소환키로 했다.

검찰은 특히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전달한 돈 중 일부가 교육감 판공비 등 공금을 빼돌려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박명기 교수가 곽 교육감에게 단일화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것 같다”며 “이 같은 내용이 사정당국에 포착돼 서울시선관위가 조사를 벌인 뒤 이달 초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후보 사퇴 대가로 올 2~4월 세 차례에 걸쳐 곽 교육감에게서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7000만원가량은 공소시효(6개월) 때문에 범죄 혐의에선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실질심사는 29일 오후 열린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곽 교육감은 즉각 사퇴하고 검찰은 구속 수사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현·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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