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다] 2. 전문가들 단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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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전문가들은 17일 사상 최대 폭락세를 기록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수급불균형 해소에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경우 미국 나스닥지수가 반등세를 보이지 않는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 종합주가지수 반등 가능할까〓일단 지난주 9%의 폭락세를 보인 나스닥시장이 17일(현지시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최대 변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시장이 반등하면 거래소시장도 상승세를 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700선도 위험하다" 고 밝혔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이날 거래소시장이 10% 이상 폭락한 것을 보면 나스닥 폭락의 악재는 충분히 반영됐다" 며 "생각보다 이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아직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의 핵심적인 매수세력이 없다" 며 "낙폭이 커서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지수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 예상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폭락의 근원지가 우리 내부에 있는 게 아니고 미국 시장 급락에 따른 것이므로 더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 면서도 "그렇다고 지금이 매수시점은 아니며 당분간 시장을 관찰하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불균형이 해소돼 주가가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 코스닥 약세 지속〓코스닥시장의 장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았다.

대우증권 조사부 이종우 연구위원은 "17일 코스닥시장의 경우 12%라는 가격제한폭 덕분에 더이상의 하락이 진행되지 않았던 면이 있다" 며 "나스닥시장의 전개상황에 따라 150선까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고 내다봤다.

李연구위원은 "150포인트까지 떨어진다면 어느 정도 바닥권에 왔다고 볼 수 있다" 며 "하락폭이 컸던만큼 그 이후에는 횡보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 밝혔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미국의 경우도 이익을 내는 기업과 수익모델이 없는 기술주간 주가가 더욱 차별화되고 있다" 며 "국내의 경우도 수익구조가 모호한 주식들은 주가가 더 떨어질 것" 이라고 예상했다.

◇ 공급물량 분산 필요〓지난해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4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했다가 올초 이 물량부담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전철을 코스닥 기업들이 되밟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 6월말까지만 코스닥시장에 쏟아져 나올 유.무상 증자와 공모주 청약물량이 20조원에 달한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외국인을 빼고는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춘 상태에서 이같은 물량부담은 코스닥시장을 장기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 며 "기업 스스로든, 코스닥시장이든 물량조절에 나서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지나친 미국증시 동조화 경계〓첨단기술주가 주축인 코스닥시장은 몰라도 거래소시장은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미국 전통기업은 9년간의 장기호황 끝에 조정을 받고 있지만 국내기업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막 들어선 단계" 라며 "미국 다우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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