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 사상최악 폭락…나스닥은 3,000선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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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가 14일(현지시간) 고평가된 첨단기술주에 대한 경계심에다 인플레 우려감이 겹치면서 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3백55.49포인트(9.7%) 떨어진 3,321.29로, 다우지수는 6백17.78포인트(5.6%) 하락한 10, 305.77로 주저앉았다. 두 지수 모두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나스닥지수는 이번주 들어서만 1천1백20포인트(25.5%)가 떨어져 4,000의 붕괴에 이어 3,000선마저 위협받게 됐다. 최고치(지난 3월 10일의 5, 048.62) 대비 하락률도 34.2%로 높아졌다.

월가에서는 최고치 대비 하락률이 20% 이상이면 '침체장' 으로 규정한다. 미 투자사인 밀리 타박에 따르면 나스닥 투자자들이 이번주 주가 폭락으로 날린 금액은 모두 2조달러로, 미국인 1인당 7천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우지수도 30개 편입종목 모두 하락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주간 하락률 7.22%를 기록했다. S&P500지수도 5.7% 하락한 1, 357.57로 폐장했다.

미 언론은 이날 증시를 '황량한 금요일(bleak friday)' '피바다(blood bath)' '프리 폴(수직하강하는 놀이기구)' 등에 비유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이날 미 기업연구소 모임 연설에서 증시의 기조가 무너질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무분별한 신용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유사시 중앙은행이 결코 구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의 예상치보다 두배나 높게 나타나 금리인상 우려가 고조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다 증권사들이 신용투자자들에게 여신 회수를 통보하는 '마진 콜' 에 나섬으로써 공황적 투매가 일었다.

한편 첨단기술주들의 주가 폭락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닷컴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전통기업으로의 재취업을 모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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