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두 번째 엔진은 철갑어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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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유연한 팔 젓기를 하는 우사인 볼트.

“볼트가 달릴 때 팔을 잘 보세요.”

 장재근(49·사진) 육상연맹 이사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폭발력을 상체에서 찾았다. 의외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볼트의 강인한 허벅지를 비롯한 파워존(고관절을 중심으로 배-허리-엉덩이-허벅지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군)에서 찾는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그가 잘 달리는 비결은 유난히 발달한 어깨 근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볼트는 18일 경북 경산시 생활체육공원 내 육상경기장에서 이틀째 훈련을 했다. 몸에 땀이 나자 웃통을 벗고 달렸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감탄했다. “와, 진짜 몸 좋다. 팔 봐라. 완전 흑마네 흑마”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졌다. 볼트의 어깨는 미식축구 선수가 보호대를 찬 것처럼 두툼하고 묵직했다.

 100m는 보속(步速)과 보폭(步幅)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키가 1m96㎝인 볼트는 다리가 길어 보폭이 크면서도 유연한 근육의 힘으로 빠르게 발을 구른다. 장재근 이사는 “볼트의 보속이 키 작은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이유는 팔 스윙”이라고 했다.

 볼트의 팔 젓기는 빠르고 간결하다. 장재근 이사는 “유심히 보라. 팔을 앞으로 당기는 건 짧고 뒤로 칠 때는 길게 한다” 설명했다.

 볼트는 9초58의 세계 기록을 세운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100m 결선에서 41보 만에 골인했다. 팔 치기는 45회로 그보다 좀 더 많았다.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땐 왼팔을 뒤로 밀게 되고 왼 다리가 나가면 오른팔이 뒤로 가 발걸음 수와 팔 치기 횟수는 같아야 하지만 출발하고 난 뒤 가속력을 얻기 위해 팔 치기가 발걸음 수보다 많았다. 볼트의 어깨 근육은 두껍지만 유연해 강하면서 빠른 팔 치기가 가능하다.

 장재근 이사는 “스타트 후 7보까지는 팔의 힘으로 움직인다. 상체 근육이 빈약한 우리나라 선수는 그 후 고개를 들어 골인 지점에선 속도가 오히려 떨어지지만 볼트는 팔 치기의 힘으로 최소 12보에서 최대 18보까지 고개를 숙이고 계속 밀고 간다. 그래서 중반부터 스프링이 꼬였다 풀린 듯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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