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더 좋아져야할 한인갤러리 수준'

중앙일보

입력

LA 우먼스챔피언십 1라운드가 진행중인 우드랜치 골프클럽 14번홀. 박지은이 페어웨이에서 준비를 마치고 어드레스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요란스런 카메라 셔터소리가 터졌다.

박지은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당연히 한발 물러났다.

같은 홀 박지은이 또다른 갤러리의 소음에 짜증을 부린 직후 파트너인 게일 그래험이 퍼팅에 들어가려할 때 그린주위에서 큰소리로 잡담이 들렸다. 박지은의 퍼팅모습을 잡은 한국 스포츠신문 사진기자들이 자기들끼리 떠든 것.

그래험의 캐디는 퍼팅이 끝나고 홀을 떠나면서 분노에 찬 소리를 내뱉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들이다.(I can’t believe this people.)”

마지막날. 이미 우승권에서는 멀어졌지만 박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파 4짜리 1번홀(9번째 홀)에서 3타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박은 파를 세이브하는 숏펏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백스트로크를 시작했다. 이때 갑자기 “야, 뭐라고. 너 어디있어”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한 갤러리가 핸드폰에 대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박세리는 놀라며 퍼팅, 볼은 홀컵을 어이없이 비켜가며 결국 보기.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좋아졌다. 한인 갤러리들의 관전 매너가.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것이 이번 대회를 취재하면서 다시 실감한 현실이다.

본보가 대회 개막일 특별히 ‘올바른 골프관전 에티킷’까지 소개했건만 많은 한인들이 선수들을 울렸다.

한인 선수가 플레이를 마쳤다고 멀쩡한 다른 선수가 준비하는데도 움직이는 사람. 빽빽이 밀집한 갤러리들 사이에 바짝붙어 여유있게 줄담배를 태워 외국인 갤러리들 입에서 ‘갓 뎀’이란 욕이 나오게 하는 사람. 수시로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

오죽하면 외국 선수들이 “코리언과 라운딩하면 불필요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까지 불평할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골프는 에티킷이 생명이다. 이는 선수뿐 아니라 갤러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불문률이다.

혹자는 말한다. “그래도 에티킷 지키고 외국선수에게 박수친 사람도 많다”고. 그러나 그것은 칭찬받을만한 것이 아니다. 갤러리들로서 당연히 해야할 행동일 뿐이다.

이제 한달반 정도면 남가주에서 본보가 후원하는 LPGA 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고 한인선수들이 또 대거 출전한다. 갤러리 에티킷을 지키기 힘든 사람은 차라리 대회장을 찾지 말고 TV로 시청할 것을 권한다.

3월말에는 제발 이런 취재수첩을 쓰지 않길 바랄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