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800억 차명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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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태원(51·사진) SK그룹 회장이 제2금융권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자금을 대출받았으며 이 중 800억원은 다른 사람들 명의를 이용한 ‘차명(借名) 대출’이었다는 의혹이 있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5일 검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최근 최 회장의 관련 계좌에 대한 계좌추적 과정에서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48) SK 수석부회장, 최모씨, 구모씨 등 4명이 2008~2010년 미래저축은행 3개 지점으로부터 10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중 최 회장 명의의 대출금은 200억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최 부회장 등 다른 사람 명의의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근 이 저축은행의 대출 책임자에게서 “1000억원 모두 최 회장이 대출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상호저축은행법상 동일인 대출한도 규정 때문에 돈을 더 빌릴 수 없게 되자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고 검찰에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또 “당시 대출을 하면서 ‘최 회장 개인이 인적 담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이면약정서도 작성했다”며 “지난해 말께 최 회장 측에서 이면약정서 원본을 달라고 요청해 돌려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한 사람에게 자기자본의 20%를 넘는 자금을 대출해줄 수 없다. 미래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2010년 말 현재 1000억원 정도로 1인 대출한도는 200억원가량이다.

 검찰은 이 진술이 사실일 경우 상호저축은행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판단하고 조만간 최 회장 측 인사들을 상대로 실제로 차명대출이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이 저축은행으로부터 최 회장 등에 대한 대출 관련 자료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의혹 등과 관련해 최 회장의 관련 계좌에 대해 자금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의 선물(先物)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 계좌와 은행 등 금융사 계좌 입출금 내역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부적절한 자금의 유입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수천억원을 선물에 투자했다가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는 의혹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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