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졸 성공 신화가 쏟아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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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과거 지방자치단체의 9급 공무원은 대개 고졸(高卒)자들의 일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엊그제 행정안전부는 대졸(大卒)자 이상이 무려 84%(1만4041명)라고 발표했다. 고졸 이하는 3.4%(580명)에 불과했다. 하긴 그만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우니 하향 취업하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으면서 이 같은 사회적 부작용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고졸 학력으로도 충분한 일자리에 대졸자가 대거 몰려드는 건 엄청난 사회적 낭비다. 산업 인력 육성 취지로 설립된 전문계 고교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것도 마찬가지다. 3년간 직업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닌 뒤에야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값 등록금과 신용불량자 등 온갖 대학생 문제도 양산된다. 청년 실업의 만성화·고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높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학력에 따른 격차부터 해소해야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대학을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고졸자에게 취업 문호를 개방하는 동시에 대졸자와의 연봉 격차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건 고졸자의 성공 신화가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학력 차별이 없다는 걸 입증하려면 사실 이만한 게 없다.

 오늘 보건복지부에서 국장으로 승진한 설정곤씨를 축하하는 건 이 때문이다. 다른 부처에선 고졸자로 차관이 된 경우도 있었지만 보건복지부에선 처음이라고 한다. 어느 부처건 설정곤씨 같은 성공 사례가 줄줄이 나와야 한다. 정부나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고졸자의 성공 신화가 쏟아져야 한다. 그래야 ‘대학 진학률 82%’에 따른 각종 사회적 병폐가 해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