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미국과 유럽의 리더십 상처로 세계가 새로운 위험지대에 접어들고 있다.”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세계은행 총재의 경고다. 그는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그동안 세계시장 참가자가 가져왔던 핵심 국가 리더십에 대한 믿음을 허물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 부채 한도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벼랑 끝 협상이나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유로존 국가 간 협상이 늘 한 걸음씩 늦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은 과거 지도력을 발휘했던 미국·유럽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졸릭은 강조했다.
이 같은 리더십의 상실이 기업과 소비자의 투자·소비 심리까지 얼어붙게 할지가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더욱이 미국·유럽의 리더십 붕괴가 세계적인 경기 회복 둔화와 맞물리면서 세계경제가 새로운 위험지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그는 특히 “미국은 과거 세계경제 위기 때마다 핵심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번엔 거꾸로 문제의 진원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재정적자 감축도 지금까지는 정부 재량으로 줄일 수 있는 분야만 다뤘다”며 “이는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므로 복지제도처럼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 분야에 대한 삭감계획도 본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졸릭은 “과거와 달라진 건 세계경제 성장의 절반이 신흥국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변화가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세계가 맞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는 건 점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측면에서도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