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주범은 유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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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던 2~1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의 기세는 거셌다. 이 기간 4조790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선봉은 유럽계 자금이었다. 강도는 약해졌지만 11일에도 외국인은 2850억원가량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0일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지역의 금융회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6768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던진 주식의 절반이 유럽계인 셈이다. 유럽계 중 헤지펀드가 많은 룩셈부르크가 772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프랑스(5801억원)와 영국(5576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도 같은 기간 1009억원의 주식을 처분했다. 반면 미국 금융회사는 9403억원의 주식을 내다파는 데 그쳤다.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을 주도하는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등까지 번진 불안한 유로존의 상황 때문이다. 유럽계 자금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돈을 뺐다는 분석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외국계 중 유럽 자본이 나간 것은 유럽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유럽계 자금의 ‘셀 코리아’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가 하루 이틀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대 6조2000억원의 주식을 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유럽 신용위험이 불거졌을 때 유럽계 투자자(3조9000억원)와 헤지펀드(2조3000억원)가 팔아치운 국내 주식의 규모가 그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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