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인터넷 기술사냥 벤처캐피탈 운영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인터넷 시대의 급격한 기술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닷컴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벤처 캐피탈을 운영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에 따르면 CIA는 제임스 본드의 첩보영화에서 기발한 신무기를 개발하는 Q박사의 이름을 따 ''인큐텔''(In-Q-Tel)이라는비영리 벤처 캐피탈을 설립하고 올 초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인터넷 기술 사냥을 벌이고 있다.

의회에서 승인을 받은 2천800만달러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인큐텔은 20대 초반에비행 시뮬레이터 ''팰콘''을 개발해 컴퓨터 게임 부문에서 명성을 얻은 길먼 루이(39)가 운영하고 있으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록히드 마틴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노먼 오거스틴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인큐텔에는 불과 몇개월 사이에 3백여건의 창업자본 지원 신청이 쇄도했으며 이중 인터넷 보안과 관련된 참신한 아이디어 8건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보통 인터넷 벤처 캐피탈과 똑같이 운영되는 인큐텔의 임무는 인터넷 보안에서대용량 저장기술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 필요한 인터넷 기술을 시작단계에서 미리확보하는데 있다.

CIA는 냉전시대에 첩보활동과 관련된 모든 첨단기술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90년대 중반 인터넷 기술이 보급되면서 민간부문을 뒤좇는 형국이 됐으며 민간부문에뺏긴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인큐텔의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멋모르고 인큐텔을 찾았다 나중에 CIA가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인터넷 기업가들은 대부분 정부의 관료주의를 우려하거나 내켜하지 않다가 다른 벤처캐피탈과똑같이 자유분방하게 운영되고 CIA가 확보한 첨단 기술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대해 감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CIA의 인터넷 기술 사냥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하거나 행정부의 관료주의가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될 것이란 지적을 하고있다.

인큐텔은 정부, 그것도 첩보기관에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이라는 독특한 지위때문에 이익이 나면 재투자를 하지 않는한 국고에 반납하고 반대로 손해가 나면 의회에 다시 손을 벌림으로써 순수 민간 벤처캐피탈과는 다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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