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정보 인프라 지방이 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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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폐허에서 우리는 산업화의 기치하에 산하를 잘라 도로를 내고 강을 막아 댐을 만들며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를 세웠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한 국토에서 살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상징되는 우리 국토가 이제 다시 한번 변화의 기지개를 켠다. 바로 디지털 열풍이다. 80년대 초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이 미래학자의 단순한 지적 유희라고 생각됐지만 벌써 우리가 그 물결의 한가운데로 휩쓸려 있다.

이제 길을 대신해 초고속통신망과 컴퓨터가 지역의 발전과 생활의 윤택을 결정하는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업무.교육.의료.문화 등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컴퓨터 앞에 앉은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굳이 혼잡하고 삭막한 수도권에 몰려 있지 않아도 좋은 교육, 다양한 문화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막연히 기대만 한다고 이런 꿈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다.

지난날 수도권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개발행정이 오늘날의 인구집중과 환경파괴를 가져왔듯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 혁명도 자칫 정보의 집중화를 가져와 5년 후, 10년 후에는 지역간 불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광케이블 등 정보 인프라 설치에 낙후지역이나 지방을 우선함으로써 지역차별 없는 정보화가 추진돼야 한다.

또 지역마다 특색있고 다양한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조업의 육성이 지역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듯이 앞으론 정보통신 콘텐츠 산업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성쇠가 좌우될 것이다.

디지털화를 통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각종 도시계획이나 지역발전 계획에 통신 인프라와 관련산업을 포함해야 한다.

한때 길이 생겨야 마을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광케이블과 컴퓨터 단말기,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가 풍요로운 국가를 만든다.

<건설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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