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 “임진각서 평화의 음악 지휘하게 돼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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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평화를 알리는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69·사진)과 그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가 한국을 찾았다. WEDO는 유대인 음악가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고 에드워드 사이드가 1999년 창단한 오케스트라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의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본지>7월 5일자 종합 24면참조>

 이들은 4일 동안(10~12일,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열고, 광복절인 15일에는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대공연장에서 평화콘서트를 펼친다. 바렌보임에게는 27년 만의 내한공연이고,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에게는 첫 방한이다.

 바렌보임은 9일 서울 반포동 JW 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한과 북한의 모든 한국인들이 참석할 수 있는 콘서트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임진각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연주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첨예한 대립지역인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공연을 여는 등 분쟁지역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다. 그는 “세계에는 많은 갈등과 전쟁이 있고, 음악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음악은 사람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사람들에게 열정을 준다”고 말했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각각의 교향곡마다 그 곡만의 언어가 있어 마치 다른 작곡가가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며 “우리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시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모인 단원들이 갈등을 겪지는 않았을까. 팔레스타인 국적의 타임 클리피(바이올리니스트)는 “단원들끼리 때로는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출신 기 에시드(플루티스트)는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많은 단원들이 떠나 절망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는 바렌보임이 선택한 한국의 성악가들도 참여한다. 소프라노 조수미,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 등 4명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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