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ET 만난 세종대왕, 무슨 얘기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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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40년에 세종대왕이 외계인과 만나는 상황을 가정하고, 대화 내용을 서술하라.’

 연세대가 지난 6일 2012학년도 수시모집 창의인재전형에서 출제한 창의 에세이 문제다. 시사적인 소재 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기존 논술과 딴판이었다. 이 전형은 대학 측이 학생들의 성적을 보지 않고 창의성이 있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신설한 것. 1단계에서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와 에세이, 교사 추천서를 보고 2단계에서 심층면접을 한다. 여기엔 30명 모집에 1818명이 지원해 높은 경쟁률(60.6대1)을 보였다.

 대학 측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와 연관되는 단어 5개 이상을 쓰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문제도 냈다. 두 문제를 푸는 시간은 총 2시간. A3용지 앞뒤를 채워놔야 한다.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워했다. 한 수험생은 “연관 단어 연상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세종대왕 문제는 제대로 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논리력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 김동노 입학처장은 “에세이를 통해 창의성을 평가하려고 문제를 냈다”며 “다수의 평가자가 다단계 평가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눠 각각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데, 교수 4명이 답안을 읽어보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김 처장은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허황되거나 단편적이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고, 글의 구성이 잘돼 있어야 하며,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채점의 신뢰도가 확보될 경우 해당 전형방식을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논술 전형이 실시될 전망이다. 각 대학은 이미 모의 논술시험을 통해 인문계 논술에서 영어 지문을 내거나 수리 관련 문제를 출제했다. 올해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데다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경희대·동국대·한국외국어대 등이 논술에서 영어 지문을 냈으나 서울시립대·숭실대·이화여대가 올해 모의 논술시험에서 영어 지문을 출제하는 등 영어 지문 출제 대학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인문계에서 수리 논술을 내는 곳은 고려대·한양대·중앙대·이화여대·숭실대 등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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