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무법자 ‘윈드 시어’ … 항공기 129편 발 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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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9년 3월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 착륙하던 페덱스(FedEx) 화물기가 갑자기 활주로를 벗어나 다른 항공기와 충돌·폭발했다. 활주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윈드 시어(wind shear)’가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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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는 이착륙할 때 수평으로 부는 바람을 마주 보고 달리거나 날면서 뜨거나 내린다. 이때 바람이 일정한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지 않고 위아래 혹은 좌우에서 갑자기 비행기 쪽으로 불면 활주로 좌우 간격을 맞추기 어려워 사고가 나기 쉽다. 그래서 활주로를 수평으로 바람이 부는 곳에 건설한다.

 7~8일 제주·부산 등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기 129편이 무더기 결항한 것도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윈드 시어 때문이었다. 바람이 강해도 비행기가 뜰 수 없지만 강한 바람이 다양한 지형지물과 부딪힌 뒤 하나로 섞이는 과정에 만들어진 소용돌이도 비행기를 결항시킨 원인이다. 한 해 평균 408편(2008~2010년), 올해만 현재까지 243편의 비행기가 윈드 시어와 태풍 때문에 결항했다. 신유성(54) 에어부산 안전운항팀장은 “윈드 시어는 바람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이착륙 때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말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발생하는 ‘난기류’와 달리 윈드 시어는 고도가 낮은 곳에서 생긴다. 제주도의 경우 바람이 한라산을 만나면 좌우 혹은 위로 방향이 갈라진다. 이렇게 갈라진 바람이 다른 바람과 섞이면서 소용돌이나 돌풍이 발생하면서 비행기 이착륙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용갑 항공기상청 예보관리평가팀장은 “윈드 시어는 온도 변화가 큰 해안가와 산악 지형에서 자주 발생한다. 제주와 일본의 나리타공항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윈드 시어=바람의 방향·속도가 갑자기 바뀌면서 소용돌이치는 현상을 말한다. 비행기는 맞바람을 받으며 진행해야 뜨거나 내릴 수 있는데 바람이 좌우 또는 위아래에서 부는 윈드 시어가 발생하면 이착륙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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