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파워존’에 말 3마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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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수퍼맨에 가장 가까운 인간 중 한 명이다. 강력한 파워존(Power Zone)이 그의 무기다. 파워존이란 골반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허벅지, 위로는 허리와 배를 가리키는 영역이다. 인체의 중심이 강해야 강력한 퍼포먼스가 발산된다.

 볼트는 탄탄한 파워존을 바탕으로 약 3마력의 힘을 낸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9초58로 세계기록을 세웠을 때 볼트는 물리학적으로 2165와트(W)만큼 일을 했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2.9마력의 힘으로 트랙을 내달렸다.


 볼트의 큰 키(1m96㎝)는 스프린터로서는 핸디캡이다. 중력과 공기의 저항이 크다. 하지만 30인치나 되는 허벅지와 탄탄한 배·허리 근육이 단점을 상쇄시켰다. 100m 달리기는 통상 출발에서 40m까지 가속구간, 그리고 골인지점까지 질주구간으로 나뉜다. 가속구간에서는 엉덩이와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의 크고 강한 근육)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질주구간에서 스피드를 지속시키는 역할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맡는다.

 약점을 보완하자 볼트의 큰 키는 도리어 무기가 됐다. 볼트는 세계기록(9초58)을 세울 때 41.5걸음 만에 결승선에 도달했다. 걸음당 2m40㎝, 보폭각은 114도였다. 보폭각은 양다리를 앞뒤로 벌렸을 때의 각도다.

 키 1m88㎝인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이 2009년 9초74로 세계기록을 세웠을 때 43.5걸음, 걸음당 2m30㎝였다. 육상계에서는 120도를 ‘꿈의 보폭각’으로 부른다. 볼트가 도달한다면 인간의 한계라는 100m 9초5도 돌파할 수 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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