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랍의 봄’ 불똥 … 31만 명 물가·집값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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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랍세계를 휩쓴 대규모 시위의 바람이 이스라엘까지 옮아갔다. 텔아비브·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전역에선 6일(현지시간) 약 31만 명의 시민이 집값 안정과 복지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 31만 명은 이스라엘 인구(약 770만 명)의 4%에 이른다. 사회정의와 경제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토요 시위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15만 명이 모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경제 중심도시 텔아비브에서만 약 27만 명, 예루살렘에서 3만 명, 그외 도시에서 1만여 명이 시위에 나섰다. 시민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사회정의’ ‘혁명’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텔아비브에선 올해 초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처럼 시위용 텐트도 등장했다. AFP통신은 “시위대가 ‘여기는 이집트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아랍 민주화 시위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시위의 가장 큰 이유는 치솟고 있는 집값이다. 이스라엘은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넘는 중동지역 경제부국이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평균 4.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외형적 경제 상황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수년간 크게 오른 집값과 물가는 중산층의 불만을 키웠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집값 안정 법안을 즉각 통과시키는 등 친서민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스라엘 총리실 측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시위대를 직접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의 불만이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들은 집값·물가 안정을 넘어 교육·의료 부문의 복지 예산 확충을 비롯, 간접세를 줄이는 세제 개혁 등으로 요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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