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정보화는 우리에게 맡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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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에 사는 임미령(18.백령종고 3년)양은 최근 새로운 취미를 하나 갖게 됐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육지 친구들의 글에 대한 답장을 보내는 일이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들은 임 양이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 살고 있다는점 때문인지 `섬에 TV는 나오냐'', `북한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무섭진 않느냐''는등 섬 생활에 관련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임양은 그러나 육지생활과 별다를 것 없는 섬 생활에 대해 육지친구들이 호기심을 갖고 던지는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기만 하다.

임양이 이처럼 사이버 세계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데는 `백령ㆍ대청 교육정보화 동호회''의 도움이 컸다. 이 동호회는 백령도와 대청도 4개 학교 평교사 50명이 모여 구성한 것으로, 발족 이후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컴퓨터 관련 교육을 실시하며 섬 지역의 정보화를 앞당기고 있다.

동호회 교사들은 `홈페이지 제작'' 강의를 통해 백령중-종고 전체 학생 2백80여명 중 50여명이 자기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개통할 수 있게 했고, 1대1 컴퓨터 교육을 통해 학생 대부분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1개 이상씩 취득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또 지난해 10∼11월 이 학교 멀티미디어실에서 주민 70여명을 상대로 `주민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주민들은 아직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다룰 순 없지만, 기상악화로 출어가 통제되는 날이면 학교에 찾아가 교사들의 도움으로 다음날의 기상상태를 파악해 출어 일정을 잡는 등 실용적인 생활정보를 얻고 있다.

동호회 회장인 백령중-종고 임규석(40)교사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컴퓨터 실력이 날로 발전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백령도가 인천항에서 140km 가량 떨어진 외딴 섬이지만 정보화 시대에서도 외딴 섬으로 남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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