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옹알스④-한국서 외면받던 돌아이들, 英 최고의 공연 TOP12에 선정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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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는 옹알스와 박수치는 관객들

※옹알스가 보내온 편지 원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에서 온 편지] 옹알스의 유럽개그정복기 #네번째 이야기

3일(현지시간) 영국 에든퍼러 페스티벌에 참가중인 퍼포디언 옹알스의 첫 공연이 있는 날이다. 공연 시작 몇 분 전 멤버 기섭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저희 이제 곧 첫 공연 시작합니다. 잘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첫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극장 내 조명·음향 등의 문제로 퍼포먼스 구성을 아예 바꿔야 했던터라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가 없다.

4일 오전 온라인 중앙일보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옹알스의 첫 공연이 성황리에 치러졌다는 것이다. 20~30명을 예상했던 관객수는 무려 60여명이을 훌쩍 넘어섰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브라보"를 외쳤다. 때마침 극장 주변을 지나가던 페스티벌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공연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아?"라며 궁금해 직접 들어오기까지 했단다. 첫 공연에 이 정도 반응이면 정말 '대박'이다.

이 때 수화기 너머로 멤버 기섭이 "대박 소식 하나가 더 있어요!"라고 외친다. 괜히 궁금해져 그를 재촉했다. 내용은 이렇다. 현재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공연팀들은 수많은 극장에서 무대를 꾸미고 있다. 그 중 옹알스가 서는 C venues 극장에는 총 270개 팀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에든버러 페스티벌 측이 뽑은 최고의 공연 12팀은 언론 쇼케이스에 초대된다. BBC·뉴욕타임즈·ITV 등 유명 외신들이 참석하는 쇼케이스 무대에 서게 되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바로 이 12개 공연팀에 옹알스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12개 팀 중 코미디 분야로는 유일하게, 아시아 팀으로도 유일하게 옹알스가 선정됐다.

사실 전날만 해도 이 무대는 그림의 떡이었다. 언론 쇼케이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페스티벌 관계자에게 "우리도 가서 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정 오고 싶으면 매니저 한 명만 와서 구경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옹알스의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지난 고생을 모두 보상 받는 듯한 기분이다.

공연 전, 분장을 하는 옹알스의 모습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운 건 멤버 준우다. 그는 멤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팀에서는 막내다. 데뷔가 가장 늦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를 가장 먼저 제의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어도 힘들다 말하지 못했다. "제가 가자고 꼬드겼는데 힘들다고 투덜대면 안되잖아요"라고 담담히 말한다. 출국 전 대학로에서 열렸던 쇼케이스 당시 준우는 공연을 끝내고 서럽게 울었다. 부족한 자신을 믿어준 멤버들과 그런 옹알스를 보러 와 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지금도 영국 어디에선가 혼자 훌쩍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첫 단추가 무사히 꿰어졌다. 남은 단추들이 차례로 잘 꿰어질지, 아니면 뒤죽박죽 헝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보인다. '옹알스'라는 멋진 셔츠가 단 하나의 단추도 어긋남 없이 정갈히 꿰어진 채로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는 모습이.

그리고 하나 더, 옹알스를 열심히 응원하는 코미디언 김혜영씨는 "그들은 열악한 환경을 꿋꿋이 헤쳐나간 자랑스런 한국의 코미디언"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옹알스에 대해 말을 못한다. 그들에게 해준 게 없기 때문이다"며 "내 얘기는 빼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끈끈한 진짜 코미디언들의 정이 듬뿍 느껴진다. 옹알스가 개그팀으로는 유일하게 12대 공연팀에 선정된 것도 이런 선배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 때문이 아닌가 한다.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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