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업무비 5억 부당집행 안상수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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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인천시 송도의 대덕호텔은 대표적인 도시의 ‘흉물’이다. 지하 3층·지상 32층짜리 이 호텔은 2009년 1월 이후 공정률 35% 상태에서 공사가 멈췄다. 이후 3년 가까이 뼈대만 드러낸 채 방치돼 있다. 여기엔 ‘수상한’ 사연이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인천도개공)는 이 호텔을 2008년 11월 488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인천세계도시축전(2009년 8월 8일~10월 25일) 숙박시설로 쓰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호텔의 공정률은 17%에 불과했는데도 이 호텔을 완성해 국제행사의 숙박시설로 쓰겠다고 한 것이다. 그랬던 인천도개공은 호텔을 인수한 지 두 달 만에 이를 되팔겠다고 내놓았다.

 인천도개공의 호텔 인수로 부도위기에 놓였던 시공사인 대덕건설은 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천도개공은 아직도 호텔을 팔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호텔 인수자금을 빌리느라 28억원의 이자부담까지 져야 했다. 매수대금과 이자를 더하면 514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낭비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국제행사 유치·예산집행 실태’ 감사에서 28일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도개공 측이 “호텔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지역 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인수하라”고 호텔 인수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덕건설 측이 다른 곳에 호텔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상태였고, 공정률이 17%밖에 안 됐는데도 인천도개공은 호텔 인수비용을 매길 때 부지 매입비·건축비·감리비 등 이 회사가 매긴 총사업비 전액을 인정했다”며 “사실상 특혜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안 전 시장이 재임 시절 비서관 A씨를 통해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업무추진비 5억2000만원을 골프 접대비, 선물 구입비 등으로 사용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주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뒤 시장 업무추진비에서 5억2000만원을 타내 이 돈을 자신의 계좌에 보관하면서 안 전 시장이 요구할 때마다 수백만원씩 봉투에 넣어 전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안 전 시장과 A씨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 전 시장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원활히 치르기 위해 실·국 단위로 갈라져 있던 업무추진비를 편의상 하나의 ‘풀(pool)’로 모아 사용했던 것”이라며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전라남도가 지난해 10월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을 열고 난 뒤 수익을 과대하게 산출해 4855억원 적자를 본 사업을 1112억원 흑자를 본 것처럼 왜곡했다며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이철재 기자,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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