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100승, 18번 홀을 넘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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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여자 브리티시 오픈을 처음 허락한 링크스코스 커누스티의 18번 홀(파4)에는 ‘배리 번(Barry Burn) 해저드’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커누스티에는 코스 곳곳에 스코틀랜드의 실개천에 해당하는 ‘번(burn·개울)’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이 개울이 18번 홀에서는 페어웨이와 그린 앞쪽으로 두 차례나 뱀처럼 휘감고 흐른다.

 특히 그린 앞쪽 배리 번 해저드의 벽에는 ‘장 방드 벨드 1999’라고 새겨져 있다. 골프 사상 최악의 역전패를 한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장 방드 벨드(프랑스)는 1999년 이곳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 최종일 3타 차 선두를 달리다 공을 그린 앞 개울에 빠트려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우승을 놓쳤다. 이 문구는 2007년 디 오픈을 앞두고 그 벽의 보강 공사를 했던 건축업자가 새겨 놓았다고 한다.

 ESPN닷컴은 “이 코스에선 장 방드 벨드의 옆에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새기는 일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커누스티는 바람이 강하고 함정이 많아 남성적 코스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계) 선수들이 바로 이곳에서 ‘LPGA 100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커누스티 링크스 코스의 악명 높은 18번 홀(파4)의 조감도. 이 홀은 페어웨이와 그린 앞쪽으로 두 차례나 뱀처럼 휘감고 흐르는 개울이 복병이다. [커누스티 홈페이지 캡처]

 28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링크스(파72·6490야드)에서 개막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 1라운드(오후 10시30분 현재). 첫날 강한 바람이 불지 않은 커누스티는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얌전했다. 한국의 이미나(32)가 14번 홀까지 보기 없이 6언더파를 쳐 경기를 끝마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5언더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양희영(22·KB금융그룹)은 14번 홀까지 4언더파를 쳐 공동 3위로 순항했다. 최나연(24·SK텔레콤)과 김송희(23·하이트)는 나란히 3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쳐 공동 7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최나연은 악명 높은 18번 홀에서 보기를 해 아쉬움을 남겼다. 박세리(34)는 5번 홀까지 1언더파로 선두권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8번 홀까지 2언더파를 기록했지만 신지애(23·미래에셋)는 9번 홀까지 2오버파로 부진했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는 29일 대회 2라운드는 오후 10시부터, 30일 3라운드는 오후 11시부터, 31일 최종 4라운드는 오후 9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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