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의혹 벗은 지영준 … 대구육상 기대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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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영준

남자 마라톤은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꾸준히 세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세계기록(2시간3분59초)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와 2시간3분2초의 비공인 세계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제프리 무타이(30·케냐) 등 특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의 에이스는 지영준(30·코오롱)이다. 마라톤 대표팀은 대구의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를 감안할 때 지영준이 자신의 최고 기록인 2시간8분30초를 달성하면 개인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마라톤 강국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더위에는 강하지만 높은 습도에는 익숙하지 않다.

 출전 선수 5명 중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해 등수를 따지는 단체전 기대치는 더 크다. 지영준·정진혁(21·건국대)·이명승(32·삼성전자) 등 대표팀 선수들이 고른 기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박주영(2시간21분49초)·김영춘(2시간24분25초)·이명승(2시간25분54초)이 출전해 합계 7시간12분8초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금빛 전망을 하기에는 마라톤 대표팀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6월 마라톤 대표팀을 뒤흔든 조혈제 파문 여파다. 경찰은 정만화(51) 대표팀 코치가 기록 향상을 위해 지영준 등 일부 선수에게 금지 약물인 조혈제를 투여했다는 투서를 받고 수사를 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일주일 정도 훈련이 중단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대표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지영준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쉰 것을 만회하기 위해 훈련 강도를 높였다가 오히려 허벅지에 무리가 왔다”고 했다. 강원도 양구에서 전지훈련 중인 지영준은 대회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허벅지 통증 때문에 풀코스를 뛰기 어려운 상태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 초 마라톤 기술위원회가 결정하는 세계선수권 최종 엔트리 합류도 장담할 수 없다. 황영조 기술위원장은 “30일 양구에서 40㎞ 훈련을 체크한 뒤 지영준의 발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 코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마라톤의 에이스는 지영준이다. 컨디션만 회복하면 금메달 도전도 가능하다”며 지영준의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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