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후계구도 중심 '정몽구' 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의 후계 분할 구도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인사파문을 계기로 정몽구 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계열 4개사가 소그룹으로 분리되는 6월 이후에도 그룹 공동 대표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 이라며 "상당기간 정몽구 회장은 국내 부문을, 정몽헌 회장은 해외 부문을 맡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룹 구조조정위원회는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소그룹을 맡아 현대그룹에서 분리.독립하는 것으로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정몽헌 회장의 한 측근은 "분리.독립한 뒤에도 건설.전자까지 총괄하는 공동 회장직을 계속 맡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며 "정몽헌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정주영 명예회장과 향후 그룹경영 구도를 협의할 때 논의할 문제" 라고 말했다.

당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려던 금융 계열사를 겨냥한 인사 파문은 정몽구.몽헌 회장간 그룹 경영권 확보와 그룹의 정통성 승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룹 일각에선 특히 鄭명예회장이 22일 청운동 자택을 정몽구 회장에게 넘기고 가회동으로 이사한 것을 두고 '사실상 정몽구 회장이 판정승한 게 아니냐' 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한 관계자는 "鄭명예회장이 걸어서 출근할 수 있도록 회사 가까이에 살고 싶다고 해 옮긴 것일 뿐" 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아직까지 후계 구도의 열쇠를 쥔 鄭명예회장이 공정거래법상 계열집단을 대표하는 '동일인' 이며, 현대건설이 그룹의 '신고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을 승계하면 그룹의 정통성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가 4천억원에 이르는 현대건설 등 鄭명예회장의 보유 주식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재계의 관측이다.

한편 정몽헌 회장(3월 4일 출국)과 이익치 회장(17일 출국)은 지난주 말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일을 마치고 19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22일 현재까지 예약했던 항공편을 잇따라 취소하는 등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시래.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