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IB·대체거래소 도입 … 자본시장 확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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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정책을 평생 다뤄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꿈은 투자은행(IB)이다. IB가 있어야 금융이 살아나고, 시장과 산업도 발전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IB를 뒷받침하는 자본시장법도 그의 작품이다. 2005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시절 처음 구상한 뒤 차관보와 차관 시절을 거치며 완성시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생각했던 것의 60%밖에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법안 마무리가 한창이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규제 강화 분위기가 강해졌던 탓이다.

 잠시 접어뒀던 꿈을 김 위원장이 26일 다시 펼쳐 내보였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전면 개정안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제대로 된 자산운용산업을 일으킬 때가 됐다”며 “이거(자본시장법) 하려고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혁명적’이다. 먼저 증권사와 구분되는 IB 업종이 새로 도입된다. 금융위는 먼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IB 자격을 주기로 했다. 삼성·대우·우리·현대·한국투자 등 상위 5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평균 2조7000억원이다. 이들이 조금만 더 자본을 확충하면 자금 조달과 운용상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인수합병(M&A) 자금과 복합금융 제공 등 기업대출 업무가 허용된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비상장 주식을 매매하고, 헤지펀드의 핵심 업무인 프라임브로커 업무도 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어도 기업금융 분야에서 IB가 금융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의 판도 확 바뀐다. 한국거래소의 독점을 깨는 대체거래소가 도입된다. 대체거래소는 5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모아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대체거래소가 생기면 자본유통시장의 경쟁이 촉진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기대다.

 시장의 규율을 바로잡는 일도 병행된다.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경영진 등에 의해 남용되고 있는 섀도 보팅을 4년 뒤 폐지하기로 했다. 펀드 운용사는 의무적으로 투자자 이익에 맞게 주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도이치증권 옵션 사태와 같은 외국 IB나 헤지펀드의 국내 불공정거래를 막고자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시세조종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스캘퍼(초단타매매자)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거나, 1차 정보수령자에게서 미공개 자료를 받은 2차 수령자도 해당 정보를 이용하면 과징금 대상이 된다. 김 위원장은 “개정안 통과로 제도가 갖춰지면 꿈꾸던 것의 80%는 이뤄지는 셈”이라며 “이후 IB들이 하기에 따라 90%까지도 성취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투자은행(IB)은

● 요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

● 신규 업무

인수합병 자금과 복합금융 제공 등 기업대출, 거래소 거치지 않고 비상장 주식 매매, 헤지펀드 설립 지원, 자금 모집, 운용자금 대출 등(프라임브로커)

● 도입 목적

중소기업 직접금융 지원 강화

해외 대형 프로젝트 지원체계 구축

은행업 편중된 금융산업 불균형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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