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비율 높은 아파트 투자성 쑥쑥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요즘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세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비율은 매맷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전세비율이 높으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쉬워진다. 요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에 전세비율이 60%이상인 곳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수도권(서울 포함) 아파트 전세비율은 49.6%로 아직 50%에도 못미치지만 개별 단지별로 봤을 때 그보다는 훨씬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수원시 영통동에는 전세비율이 70% 이상인 곳도 있다. 집값의 30%만 있으면 전세를 놓고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수원시 영통동 한국황골 아파트 60㎡형(이하 전용면적)의 전셋값은 1억5000만원인데 이 아파트 매맷값은 1억9250만원에 불과하다. 저층은 1억75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 전셋값에 3000만~4000만원만 보내면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인근 3129가구의 대단지인 황골마을주공1단지 60㎡형도 마찬가지. 전셋값은 1억4250만원인데 같은 아파트의 매맷값은 1억9500만원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전셋값은 40% 이상 뛰었는데 매맷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세비율은 53%에서 73%로 폭등했다. 수원시 영통동 한국황골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전셋값은 급등했는데, 매맷값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최근 전세비율이 70% 이상인 곳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등엔 전세비율 60% 이상인 곳 흔해

이런 현상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남, 양천구 목동 등도 이미 전세비율이 60% 수준인 아파트가 부쩍 많아 졌다. 서초구 반포동 고려부동산 이유진 실장은 “매맷값은 10억원인데 전셋값은 2억~3억원 수준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전세비율이 많이 낮은 대형아파트 등을 제외하고 서민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만 대상으로 전세비율을 따졌을 경우 서울 강남권에도 전세비율이 이미 60% 이상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세비율이 높아지면 결국 집값도 올라갈까?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전세비율이 60% 이상이면 매맷값을 자극한다고 본다. 돈이 많지 않아도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보급률이 지방에 비해 낮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여건만 좋아지면 집값이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전세비율이 높은 아파트는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후도,입지 따라 투자 전망은 달라

하지만 전세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 수도권에서도 집이 낡았거나 교통 여건이 열악한 곳은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살 때는 거주가 아닌 투자를 위해서인데요.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예컨대 지방을 보면 전세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부산이나 대구, 광주처럼 전세비율이 70% 수준을 왔다갔다 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은 곳도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으면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굳이 사려고 하지 않는 것. 김부성 소장은 “전세비율은 실수요자가 얼마나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매매를 결정할 때 중요한 판단 요인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주택의 노후도나 입지 등에 따라서 집값 전망은 천차만별이므로 전세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매수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