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공 앞에선 부모자식도 없다? 공 받은 엄마 웃고, 공 맞은 아들 울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MBC 캡쳐]

타자가 친 홈런 공을 받기 위한 관중들의 치열한 경쟁. 야구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글러브는 기본이고 잠자리채와 바구니 등 다양한 도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홈런 공을 받으려는 쟁탈전 중 재미있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9회 초, 롯데 문규현이 친 홈런 공이 포물선을 크게 그리며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공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고 각축전 끝에 홈런 공은 한 중년 여성의 손에 돌아갔다. 이 여성은 공을 들고 만세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주변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그런데 이 때 여성의 옆자리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다리를 잡고 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알고 보니 아들의 허벅지를 맞고 튄 공을 엄마가 잡은 것이었다. 상황 파악이 안된 엄마는 우는 아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해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히려 뒤에 있던 관중이 아이를 걱정해 살펴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홈런 공을 받은 엄마는 세리머니를, 홈런 공에 맞은 아들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광판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본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중계 해설위원과 캐스터 역시 "엄마는 공을 줍고, 아이는 옆에서 넘어갑니다. 완전히 넘어갑니다! 야구공 앞에선 부모 자식도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뒤늦게 울고 있는 아들을 발견한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챙겼고 다행히 큰 부상이 없었던 아들은 간단한 치료 후에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는 "홈런 공 하나에 엇갈린 두 모자의 희비. 유쾌한 해프닝이다" "신난 엄마와 우는 아이의 상반된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긴장하면서 경기를 보던 중에 폭소했다" 등의 글을 남기고 있다.

유혜은 리포터 yhe111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