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중 우호조약 50주년 기념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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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과 중국은 50년 전인 1961년 7월 11일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조·중 우호조약’이다. 조약의 핵심인 제2조는 ‘일방이 한 국가나 수 개국 연합군의 무력침공으로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방은 전력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유사시 중국이 한반도에 무력 개입할 길을 열어놓은 ‘자동개입 조항’이다.

 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양국 고위인사가 상호 방문하는 등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9일 베이징에 갔고, 장더장(張德江·장덕강)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대표단이 어제 평양을 찾았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혈맹관계를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 주변 정세는 크게 변했다. 냉전은 끝났고, 소련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러시아는 한국과 수교했고, 적대관계였던 한국과 중국도 수교했다. 2000년 러시아는 북한과 소련이 맺었던 군사동맹조약을 폐기하고, 자동개입 조항이 삭제된 ‘조·러 우호선린협조조약’을 새로 체결했다. 그럼에도 조·중 우호조약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냉전 시절에 체결한 시대착오적 조약이 지금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 있다며, 이를 조·중 우호조약을 유지하는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력남침으로 6·25 전쟁을 일으키고, 핵무기 개발과 잇따른 무력도발로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을 남한과 똑같이 비교할 순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미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이미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우호조약 50주년을 기념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북한의 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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