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백인사위와 한국인 장모, 편의점 내며 티격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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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이 코리안 델리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434쪽, 1만5000원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책의 부제다. 이보다 더 책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서 재미나 감동까지 미리 재단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인 사위가 한국인 장모와 빚어내는 문화충돌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감칠맛 나는 문장이 도드라진다. 사위와 흑인 점원간의 우정에서는 인종이나 사회적 계층 차이를 뛰어넘는 아량과 배려, 따듯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책은 저자가 자신의 실제 사연을 구성지게 이야기로 풀어낸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울림이 더 크다.

 사위 ‘나’는 전형적인 주류 백인사회를 대표하는 듯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영국에서 건너와 처음 정착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세거(世居)한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는 문화인류학자, 나는 명문 시카고대를 졸업한 엘리트 지식인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파리 리뷰’라는 문학 계간지 편집자로 일하며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원고를 내키는 대로 쳐내며 읽을 만하게 다듬는 우아한 일을 한다.

 이런 내가 상대해야 하는 적수는 권투 선수 못지 않은 다혈질의 할머니, 즉 억척스런 생활력으로 똘똘 뭉친 장모 케이다.

 소동은 한국인 1.5세대 이민자인 아내 개브가 잘 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평생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를 위해 델리, 즉 미국식 편의점을 차리겠다고 하면서 시작한다. 개인의 커리어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개브의 한국적 사고를 이해 못하는 나는 델리 임대 계약부터 운영까지, 장모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장모는 “대체 뭐 문제?” “돈 싫어? 왜 우리 가난뱅이 만들어?” 같은 짧은 영어를 구사하며 어려운 결정을 척척 내려 나를 오히려 우유부단하게 만든다.

 책은 사위·장모 간의 문화충돌을 앞세워 한국인의 민족성, 특유의 생활방식을 상세히 전한다. 어떤 면에서 문화인류학 보고서 같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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