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LCD·디에스 ‘매출 1조 클럽’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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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디에스와 태산LCD가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디에스·태산LCD는 지난해 각각 1조4400억원, 1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연매출 1조원을 넘는 벤처기업은 이들 두 회사를 포함해 딱 세 곳뿐이다. 앞서 2008년 NHN이 처음 1조원 고지에 올랐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7일 우수 벤처기업 시상식에서 “두 회사는 불황일 때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선점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뚫고 도전정신으로 ‘꿈의 1조원’ 매출을 올린 벤처기업들”이라고 소개했다.

 디에스는 액정표시장치(LCD) 부품 제조업체다.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이승규(67) 회장이 1998년 창업했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에 TV 화면 부품을 납품한다. 2006년 매출 5000억원을 넘긴 뒤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1조 신화’의 키워드는 글로벌화와 적기 투자였다.

 디에스는 2004년 코스닥 상장 후 추가로 유상증자를 해 모은 돈 400억원을 2005년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는 데 투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오히려 한발 더 치고 나갔다. 신흥국에서 LCD TV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하고 중국 공장을 추가로 지은 것이다. 이 회장은 “늦게 투자해도, 미리 투자해도 안 된다”며 “위기에도 움츠리지 않고 과감히 투자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LCD·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태산LCD의 성공 방정식도 닮은꼴이다. 최태현(64) 대표는 삼성반도체 기술개발실장 출신이다. 95년 7월 국내 최초로 TFT-LCD용 BLU를 생산했다. 이 회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완공한 중국 공장을 짓는 데 400억원을 투자했다.

 아픔도 겪었다. 2008년엔 7800억원의 매출(영업이익 250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원화가치 ㅅ변동 탓에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 손실로 오히려 77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태산은 이를 회사를 내실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태산 관계자는 “부동산 등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해 조직을 정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기청은 총 315개 벤처기업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기계·자동차·반도체·전자부품 업체가 절반(49%)을 차지했다. 3년 연속 매출이 20% 이상 뛴 회사도 42곳이었다. 김 청장은 “글로벌 진출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한 게 ‘매출 1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회사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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