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 나의 별 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해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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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예요. 쉽진 않겠지만, 이미 그 목표를 이룬 선배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포스트 김연아’로 꼽히는 김해진(경기 과천중2)양의 당찬 포부다. 7살에 스케이트를 시작한 김양은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하루에 5시간 이상 얼음 위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노력에 재능이 더해져 각종 대회의 우승을 휩쓸며 ‘될성부른 꿈나무’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다지고 있다.

김양의 수상 내역은 화려하다. 2009년 피겨스케이팅 꿈나무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 대회를 석권해왔다. 지난해에는 슬로베니아 예세니체에서 열린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만 13세 이하) 부문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줘 세계 무대에서도 기량을 인정받았다.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는 김연아 선수가 2002년 출전해 우승했던 대회다.

 승승장구하던 김양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기량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지난해, 아킬레스건 인대가 부분 파열되면서 중요한 대회에 참여할 기회를 놓쳤다. “일본에서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를 앞두고 훈련을 하다가 심각한 부상이 찾아온 거예요. 열심히 준비해 자신감도 있었던 터라 실망감이 컸죠.” 일본 대회는 불참하고 몇 주 후 독일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출전자 32명 중 28위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랑프리 성적이 좋지 못해 피겨 주니어 선수권대회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주니어 선수권 대회가 우리나라(강원도 강릉)에서 열렸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게다가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부상에서도 회복해 트리플 연속 점프(트리플토룹+트리플 토룹)를 안정감 있게 뛰는 등 컨디션도 최고조에 달했다. 김양은 “국내 팬들 앞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세계에서 모인 우수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의 현재 목표는 2012년 1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동계유스올림픽의 출전권을 따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매일 같이 지옥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 점프와 트리플 러츠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김양이 전하는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 9시부터 발레 레슨을 받아요. 그리고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국가대표들끼리 모여 훈련하는 시간이에요. 2시부터 5시까지 잠깐 쉬었다가 5시부터 6시 30분까지 다시 스케이트를 타고 바로 한국체육대학교로 가서 밤 12시 30분까지 또 스케이트연습을 해요.” 우리나라에는 피겨 전용 빙상장이 없어 여러 선수들끼리 시간을 나눠 빙상장을 대관하는 탓에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할까. 김양은 “훈련시간 틈틈이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공부한다”고 말했다. 학교 성적을 묻자 “국어는 그나마 성적이 나오는 편인데, 사회나 역사 과목은 힘들다”고 털어놨다. 기말고사 때도 훈련을 하던 중 시간을 내 학교에 들러 시험만 치르고 다시 빙상장으로 왔다고. 김양은 “주말이나 휴일에는 놀러가고 싶은 것도 참고 놓친 공부를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몸이 힘들 때가 많지만, 피겨 스케이트를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팅을 오래 하다보니 근성이 강해지는 게 느껴져요. 어떤 일이든 한번 손에 잡으면 그게 끝이 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다보니 다른 분야의 일을 할 때도 책임감을 느끼고 집중하게 돼요.”

[사진설명]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해진 선수가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프리스케이팅 안무 중 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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