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비디오 시장에서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극장 개봉작이 아닌 경우 비디오 판매량은 보통 5천장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비디오 시장에 등장하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이런 전례를 뒤엎고 있다.

2년전 출시된 국내 첫 비디오전용 성인 애니메이션 〈누들누드〉의 판매량은 3만8천장. 이어 지난해 나온 〈누들누드2〉가 4만5천장의 판매고를 올리자 비디오 시장에 성인 애니메이션 제작붐이 일기 시작했다.

올해만해도 벌써 〈고인돌〉 〈69 핑크 라이더스〉 등이 선보였으며 〈러브 칵테일(5월 예정)〉 〈여대생 기숙사(10월 예정)〉 등도 제작 중이다.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제작붐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비디오 전용 애니메이션(OVA)의 시장 가능성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평균 제작비는 10억원 이상.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이에 비해 OVA는 3억~4억원 정도의 제작비라면 충분한데다 시장 수요도 안정적이다. 게다가 제작 물량의 증가는 창작 경험이 부족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자생력까지 키우고 있다.

또한 침체해 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에까지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 시장을 통해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 노하우와 잠재 관객을 확보한다면 극장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무비에서는 양영순씨가 원화를 담당하고 2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외전 누들누드〉를 기획 중이다. 여기에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을 앞두고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장 경쟁력을 키운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편 상업적 가능성만 따지면서 성인용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매달리는 제작사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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